한적한 오후, 서울 잠실역 7번출구 앞 스타x스.
짙은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배우'와 차분한 단발의 리치윤은 조용히 창가에 자리잡고 앉았다.
두 사람은 2~3분 가량 조용히 따듯한 커피를 홀짝이며 시간을 보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리치윤 변호사였다.
"......긴 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배우님. 이제 오해는 풀렸고, 법원에서도 모두 인정하며 무죄로 결론 날듯 합니다."
"....고마워요 리치윤. 듣던대로 정말 대단한 실력이었어요. 인정합니다."
한번 더 컵을 입에 가져가 홀짝인 여배우는 말을 이었다.
"......그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그녀의 질문에, 리치윤 변호사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제가 분명 1년 전, 처음 상담드렸을 때도 말씀드렸지만, 그 쪽 일은 그쪽에 둔다는게 원칙입니다.
섯불리 감정적으로 움직였다간......"
"내가 그래서 말씀 드렸잖아요!!! 난 이대로 못 끝낸다고!"
맘에 들지 않는 답변을 하는 리치윤을 보며, 여배우 장가현은 화가 났고, 자신도 모르게 살짝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러나 리치윤 변호사는 침착했다.
잠시 자신들을 흘깃 본, 점원들과 커피를 기다리며 서 있던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 드는 것을 확인한
리치윤 변호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서는 조금 까다로운 대화입니다..... 하지만... 희소식이 있긴 합니다."
"뭐죠?!"
희소식이란 말에 여배우가 눈을 번뜩였고, 리치윤은 커피를 한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도대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인진 모르겟지만......"
"뜸 들이지 말고!"
여배우의 조급함에, 리치윤은 재빨리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고 최대한 빠른 결론으로 향하는 길을 계산했다.
"...동부지법 변호사 전체를 정리해 달라는 의뢰였습니다. 자그마치...... 500억이었죠."
"....?"
여배우의 짙은 썬글라스에도 불구하고, 그 너머 눈이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리치윤은 말을 이었다.
"이 건에 의뢰인님의 의뢰를 합쳐서 진행해 보도록 할까 합니다. 하시겟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결심한 듯, 장가현의 입이 열렸다.
"오케이."
정의의 집행자 김지히
제 4 부 변호사의 길
"헉...허헉....헉...."
지히의 거친 숨소리가 남부지법 전체를 울렸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천천히 자신 주변의 흩뿌려진 시체더미들을 보며 전율했다.
불과 5분 남짓한 시간동안, 지히는 한쌍의 돌망치를 자비없이 휘둘렀고,
오직 소수의 사람을 뺀 모든 생명을 지워버렸다.
'이것이...... 토리파니...?'
망치 사장의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흘렀다.
피로 범벅이 된 그곳은 지옥이나 다름 없었고, 일반인이 견디기엔 굉장히 힘든 공간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금방 정신을 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이제 남은 리치재단 사람은 단 세명이었다.
미역, 치카 그리고 박진감.
".....어? 셋 다 변호사가 아니지 않아요?"
갑자기 망치사장이 의문을 표했고, 곰변, 제이 킴, 그리고 태린 역시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미역이 분노하며 외쳤다.
"닥쳐!!! 우리 언니 앞에서 그 말 다시 지껄여보던지!! 이렇게 된 이상, 이판 사판이야!"
"나도 마찬가지. 우리 대표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 아깝지 않아."
피범벅이 된 박진감의 서슬퍼런 출사표가 이어졌고, 치카 역시 입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자 했다.
"나 역시...."
"띠리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리- "
갑자기 전화가 울렸고, 불현듯이 자신의 휴대폰임을 자각한 박진감이 자신의 다 깨진 아이폰을 꺼내들었다.
".......네 대표님....."
장가현의 전화였다.
"어떻게 된거야!!!! 왜 아직도 그 변호사가 살아있는건데!!!! 감당 돼???!!"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지르던지, 적막이 흐르던 법원 전체에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문득, 망치사장은 시선을 올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곳곳에 보이는 CCTV.
먼저 떠난 여배우와 리치윤 변호사는 별관에서 지켜보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먼저 떠나셔야 할것 같습니다. 최대한 막아보겟습니다. 여기는 제가...."
박진감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김지히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그 누구도 떠나지 못해!!! 감히!!!"
달려드는 지히의 서슬퍼런 공격을 피해 박진감이 뒷걸음질 쳤고,
그런 지히를 망치사장과 제이킴이 달려들어 양 옆에서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제압했다.
"지금은 여기서 싸울 때가 아닙니다!"
제이킴의 말에, 망치사장은 그의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미국변호사 판단 속도가 제법 좋았다.
"동의합니다! 그럼......!"
망치사장과 제이킴은 그대로 양 팔에 김지히를 끼운 채, 별관으로 향하는 후문을 향해 달렸다.
"여기서 싸워봤자 시간낭비입니다! 대가리를 법정에 세워놔야 끝나는 싸움이죠."
제이킴의 설명에, 지히의 동공이 커지고, 그녀 역시 그의 생각에 동의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토리토리 재단의 행동이 간파당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미역, 박진감, 치카 역시 곧바로 그들을 따라 뛰었고, 태린 역시 이 갑작스런 달리기에 합류했다.
그 때, 망치사장이 한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저와 토리파니 변호사님을 보내주세요. 시간 끌어주시면,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제이킴은 그의 판단을 고찰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은... 빠른 결정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지히와 망치사장과 눈인사를 끝낸 제이킴은 그대로 지히를 부축하던 팔을 놓고, 뒤를 돌았다.
뒤따라 오던 미역과 치카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이들을 막아서려면... 강력한 고찰이 필요하다.
"...보다 자랑스러운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스레드를 한 이후 처음으로 이룩한 쾌거. 누군가 나에게 이런 임명장을 준다는 사실에 대해 아직 어안이 벙벙하지만, 짧게 고찰하겟습니다."
역시나, 제이킴의 강력한 고찰 공격은 그들을 막아서기에 충분했고
미역과 치카는 자신들도 모르게 미국변호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멈추고 말았다.
"저는 대부분의 글을 긴 글로 쓰기 때문에 일반적인 서레드 유저들과는 좀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능력을 가진 치카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며 제이킴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이상한 주문은 나에게 안 통해! 함께 불러요! 치카! 푸카! 포카!"
치카의 해제주문에, 미역도 재빨리 정신을 차렸고, 제이킴의 목을 노리고 자신의 돌미역을 날렸다.
그러나, 그 돌미역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막혔다.
"......질 좋은 돌미역이군요. 요리할 가치가 있겠어요."
태린은 돌미역을 손에 쥐고는 그대로 감아 올린뒤 식칼로 끊어냈다.
당황한 미역은 재빨리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위력은... 이미 보아서 알고 있었다.
"우리 언니의 복수....내가 해줄테다!"
"후훗... 맛있는 음식을 선보여드리도록 하죠."
서로 탐색전을 시작한 태린과 미역과는 달리, 제이킴과 치카의 교전은 생각보다 치열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저의 고찰은 이렇습니다! (계속)"
"야잇!!!! 중간에 자꾸 끊어먹지마!!! 치카푸카포카!!!!"
서로의 귀를 노리며 주술을 끊임없이 찌르고, 방어하며 숨막히는 심리전이 공간을 흔들었다.
치카의 짧고 간결한 주술은 굉장히 빠르고 치명적이었고, 캐스팅 시간이 긴 제이킴에겐 살짝 벅찼다.
하지만 반대로, 한방 한방의 묵직한 제이킴의 주술에 치카 역시 굉장히 괴로웠다.
'이 미국 변호사....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치카는 겨우겨우 숨을 쉬며 제이킴의 주술을 읽었다.
중간 중간 들어가는 '고찰' 그리고 '계속' 이란 단어마다 묵직한 공격이 들어왔다.
그래, 이 변호사는 엄청나게 기나긴 텍스트 사이사이에 카운터를 넣어 꽂아 넣고 있었고,
멋모르는 일반인은 방심한 채 자신이 뭐에 맞는지도 모르고 졸도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일반화 메시지 (계속)!"
"치카푸카포카!!!"
중간 중간 들어오는 카운터 단어들 마다 자신의 방어 주술로 역카운터를 치며 방어해내는 치카의 모습을 지켜보며,
제이킴 역시 조금은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생각보다 내공이 만만찮은 상대였다.
'내 카운터 단어들을 벌써 파악했다?'
그렇다면.... 제이킴은 자신이 가진 최고의 기술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Plausible Deniability. 서레드에서 보이는 한가지 유형인데 꽤나 피로하다. 요는 오해갈만한 행동을 해놓고 자기는 그 의도가 아니라 오해한 사람이 잘못이라며 나무라는 스타일. 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중 한가지 유형은 개같은 소리를 한 다음에, 추궁당하면 자기는 잘 읽어보지 않았거나 그럴 의도로 말을 하지 않았다는 발뺌을 하는 행위이다!"
"뭐...뭐라고??!!!"
그의 정신 나갈것 같은 지식의 끝에서 치카는 자신의 정신이 아득히 떠나가려는 것을 겨우 붙잡아냈다.
도대체 이 변호사는 뭘 어디까지 파고 들어간것인가. 심지어 어느 지점에 카운터 단어가 있는지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것이 한국어인지도 구분이 안가는데......
확실한 것은, 자신 역시 최고의 기술을 먹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복종하라!!!!! 교주의 이름으로!!!!!! 함께 잠들어요!!! 치카!! 푸카!! 포카아아아아아아!!!!!!"
" 벼농사는!!!!!!!!!! 할 수록!!!!!!!!! 더 머리!!!!!!!!!!!! 아픈 것!!!!!!!!! 같아요!!!!!!!!!!!!!!!!"
서로의 궁극기가 교차하며, 제이킴과 치카는 함께 법원 바닥에 널부러졌다.
갑작스런 충격파에 미역과 태린은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다시 자신들의 목표를 노려보았다.
짧은 시간동안, 미역의 돌미역은 계속해서 잘려나갔고, 왜인지 태린의 왼손에 자신의 미역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장거리 교전은 안되겟어...!'
그녀의 손에 식자재가 늘어간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 결단을 내려야 했다.
미역은 그대로 태린에게 달려가 교전거리를 좁히고, 체술을 이용한 전투를 준비했다.
태린의 자세엔 헛점이 많았다.
'어딜 노리지?'
그 녀의 목, 복부, 다리... 약점은 많았고... 이내 미역은 태린의 복부를 노리고 자신의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미역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미역의 얼굴 앞으로, 갑자기 금속 재질의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들어왔다.
"우웁!!!!"
"받으세요. 미역 초장 무침입니다?"
미역의 감칠맛과 초장의 새콤달콤함이 그대로 미역의 입안을 강타하고, 미역의 혀와 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이것이 미옐 언니를 쓰러뜨린..... 맛......?"
하지만 미역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뒤로 두 발 물러나며 입안에 들어온 미역 초장무침을 뱉어냈다.
"퉤!!!!!"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테린은 당황했다.
"어...어째서...."
"......고소함이 빠졌어...... 참기름 말이야......"
태린은 아차싶었다. 상대도 꽤나 실력있는 입맛을 가졌다. 설마 참기름 하나 때문에 자신의 기술이 먹히지 않을 줄이야.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태린은 왼팔을 뒤로 한채, 남은 미역을 재조율 하며 다음 요리를 준비했다.
그녀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고 있을 미역이 아니었다. 아직 미역 초장 무침의 타격이 없어지지 않았지만,
미역은 그대로 태린에게 달려들었다.
목표는.... 그녀의 머리!
미역의 젖은 돌미역을 감싼 주먹이 태린의 머리를 강타했고,
둘은 함께 쓰러졌다.
"헉....헉헉.....헉....."
곰변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바닥에 뻗은 박진감을 내려다 보았다.
치열한 상대였다.
다들 별관으로 향하는 문으로 달릴 때, 기동성이 떨어지는 자신을 노리고 날린 아이폰에 그대로 직격 당할 뻔 했다.
아이폰을 회피한 채 뒤를 돌아보니 피칠갑을 한 박진감이 자신에게 달려들었고,
그렇게 15분에 달하는 처절한 혈투가 이어졌다.
어찌나 힘겨웠는지, 자신의 주 공격인 '서초의 등대' 조차 다시 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든 공격을 오로지 피지컬 하나로 막아세웠고, 겨우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곰변은 힘겹게 별관쪽으로 난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조금 걸어가니, 바닥에 함께 널부러진 태린과 미역의 모습이 보였다.
걷보기엔 미역의 주먹에 태린이 쓰러진 것으로 보였지만..... 미역의 입에 무언가가 박혀 있었다.
"태린 주방장.... 실력 여전하구만..."
미역의 입에는 금속재질의 숟가락이 박혀있었고,
미역의 입에선 미역국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흐르는 눈물은 덤.
'태린의 궁극기, 36.5도 체온 미역국이겠군.... '
인체의 온도와 정확히 맞춘 강렬한 감칠맛의 미역국...... 미역은 그것도 모른 채 태린에게 최상급 식자재를 쥐어주었고,
자신의 무기에 그대로 역카운터를 맞고 함께 쓰러졌다.
하지만, 태린 역시 이 한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했다.
그 뒤로 보이는 문 앞에 널부러진 제이킴과 치카의 모습 역시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나 뿐인가......'
이 곳에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쟁쟁한 변호사 100여명이 있었지만, 오직 자신만이 남았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었고, 곰변은 쉬고 싶었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아직 자신의 의뢰인이 남아 있었다.
"......이것이....변호사의 길.....이니까......"
곰변은 지친 몸을 이끌며 별관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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