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오후, 서울 잠실역 7번출구 앞 스타x스.

 

짙은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배우'와 차분한 단발의 리치윤은 조용히 창가에 자리잡고 앉았다.

 

두 사람은 2~3분 가량 조용히 따듯한 커피를 홀짝이며 시간을 보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리치윤 변호사였다.

 

 

"......긴 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배우님. 이제 오해는 풀렸고, 법원에서도 모두 인정하며 무죄로 결론 날듯 합니다."

 

"....고마워요 리치윤. 듣던대로 정말 대단한 실력이었어요. 인정합니다."

 

 

한번 더 컵을 입에 가져가 홀짝인 여배우는 말을 이었다.

 

 

"......그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그녀의 질문에, 리치윤 변호사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제가 분명 1년 전, 처음 상담드렸을 때도 말씀드렸지만, 그 쪽 일은 그쪽에 둔다는게 원칙입니다. 

 

 섯불리 감정적으로 움직였다간......"

 

 

"내가 그래서 말씀 드렸잖아요!!! 난 이대로 못 끝낸다고!"

 

 

 맘에 들지 않는 답변을 하는 리치윤을 보며, 여배우 장가현은 화가 났고, 자신도 모르게 살짝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러나 리치윤 변호사는 침착했다.

 

 잠시 자신들을 흘깃 본, 점원들과 커피를 기다리며 서 있던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 드는 것을 확인한 

 

 리치윤 변호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서는 조금 까다로운 대화입니다..... 하지만... 희소식이 있긴 합니다."

 

"뭐죠?!"

 

 

 희소식이란 말에 여배우가 눈을 번뜩였고, 리치윤은 커피를 한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도대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인진 모르겟지만......"

 

 

"뜸 들이지 말고!"

 

 여배우의 조급함에, 리치윤은 재빨리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고 최대한 빠른 결론으로 향하는 길을 계산했다.

 

 

 "...동부지법 변호사 전체를 정리해 달라는 의뢰였습니다. 자그마치...... 500억이었죠."

 

 "....?"

 

여배우의 짙은 썬글라스에도 불구하고, 그 너머 눈이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리치윤은 말을 이었다.

 

"이 건에 의뢰인님의 의뢰를 합쳐서 진행해 보도록 할까 합니다. 하시겟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결심한 듯, 장가현의 입이 열렸다.

 

 

"오케이."

 

 

 

정의의 집행자 김지히

제 4 부 변호사의 길


 

"헉...허헉....헉...."

 

 지히의 거친 숨소리가 남부지법 전체를 울렸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천천히 자신 주변의 흩뿌려진 시체더미들을 보며 전율했다.

 

불과 5분 남짓한 시간동안, 지히는 한쌍의 돌망치를 자비없이 휘둘렀고, 

 

오직 소수의 사람을 뺀 모든 생명을 지워버렸다.

 

 

'이것이...... 토리파니...?'

 

망치 사장의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흘렀다. 

 

피로 범벅이 된 그곳은 지옥이나 다름 없었고, 일반인이 견디기엔 굉장히 힘든 공간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금방 정신을 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이제 남은 리치재단 사람은 단 세명이었다.

 

 미역, 치카 그리고 박진감.

 

 

 ".....어? 셋 다 변호사가 아니지 않아요?"

 

갑자기 망치사장이 의문을 표했고, 곰변, 제이 킴, 그리고 태린 역시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미역이 분노하며 외쳤다.

 

 

"닥쳐!!! 우리 언니 앞에서 그 말 다시 지껄여보던지!! 이렇게 된 이상, 이판 사판이야!"

 

"나도 마찬가지. 우리 대표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 아깝지 않아."

 

 

 피범벅이 된 박진감의 서슬퍼런 출사표가 이어졌고, 치카 역시 입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자 했다.

 

 

"나 역시...."

 

"띠리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리- "

 

갑자기 전화가 울렸고, 불현듯이 자신의 휴대폰임을 자각한 박진감이 자신의 다 깨진 아이폰을 꺼내들었다.

 

 

".......네 대표님....."

 

장가현의 전화였다.

 

"어떻게 된거야!!!! 왜 아직도 그 변호사가 살아있는건데!!!! 감당 돼???!!"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지르던지, 적막이 흐르던 법원 전체에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문득, 망치사장은 시선을 올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곳곳에 보이는 CCTV.

 

먼저 떠난 여배우와 리치윤 변호사는 별관에서 지켜보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먼저 떠나셔야 할것 같습니다. 최대한 막아보겟습니다. 여기는 제가...."

 

박진감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김지히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그 누구도 떠나지 못해!!! 감히!!!"

 

달려드는 지히의 서슬퍼런 공격을 피해 박진감이 뒷걸음질 쳤고,

 

그런 지히를 망치사장과 제이킴이 달려들어 양 옆에서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제압했다.

 

 

"지금은 여기서 싸울 때가 아닙니다!"

 

제이킴의 말에, 망치사장은 그의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미국변호사 판단 속도가 제법 좋았다.

 

 

"동의합니다! 그럼......!"

 

망치사장과 제이킴은 그대로 양 팔에 김지히를 끼운 채, 별관으로 향하는 후문을 향해 달렸다.

 

 

"여기서 싸워봤자 시간낭비입니다! 대가리를 법정에 세워놔야 끝나는 싸움이죠."

 

제이킴의 설명에, 지히의 동공이 커지고, 그녀 역시 그의 생각에 동의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토리토리 재단의 행동이 간파당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미역, 박진감, 치카 역시 곧바로 그들을 따라 뛰었고, 태린 역시 이 갑작스런 달리기에 합류했다.

 

 그 때, 망치사장이 한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저와 토리파니 변호사님을 보내주세요. 시간 끌어주시면,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제이킴은 그의 판단을 고찰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은... 빠른 결정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지히와 망치사장과 눈인사를 끝낸 제이킴은 그대로 지히를 부축하던 팔을 놓고, 뒤를 돌았다.

 

 뒤따라 오던 미역과 치카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이들을 막아서려면... 강력한 고찰이 필요하다.

 

 

"...보다 자랑스러운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스레드를 한 이후 처음으로 이룩한 쾌거. 누군가 나에게 이런 임명장을 준다는 사실에 대해 아직 어안이 벙벙하지만, 짧게 고찰하겟습니다."

 

 

 역시나, 제이킴의 강력한 고찰 공격은 그들을 막아서기에 충분했고

 

미역과 치카는 자신들도 모르게 미국변호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멈추고 말았다.

 

 

 "저는 대부분의 글을 긴 글로 쓰기 때문에 일반적인 서레드 유저들과는 좀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능력을 가진 치카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며 제이킴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이상한 주문은 나에게 안 통해! 함께 불러요! 치카! 푸카! 포카!"

 

 

 치카의 해제주문에, 미역도 재빨리 정신을 차렸고, 제이킴의 목을 노리고 자신의 돌미역을 날렸다.

 

 그러나, 그 돌미역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막혔다.

 

 "......질 좋은 돌미역이군요. 요리할 가치가 있겠어요."

 

태린은 돌미역을 손에 쥐고는 그대로 감아 올린뒤 식칼로 끊어냈다.

 

당황한 미역은 재빨리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위력은... 이미 보아서 알고 있었다.

 

 

"우리 언니의 복수....내가 해줄테다!"

 

"후훗... 맛있는 음식을 선보여드리도록 하죠."

 

 

서로 탐색전을 시작한 태린과 미역과는 달리, 제이킴과 치카의 교전은 생각보다 치열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저의 고찰은 이렇습니다! (계속)"

 

"야잇!!!! 중간에 자꾸 끊어먹지마!!! 치카푸카포카!!!!"

 

 

서로의 귀를 노리며 주술을 끊임없이 찌르고, 방어하며 숨막히는 심리전이 공간을 흔들었다.

 

치카의 짧고 간결한 주술은 굉장히 빠르고 치명적이었고, 캐스팅 시간이 긴 제이킴에겐 살짝 벅찼다.

 

하지만 반대로, 한방 한방의 묵직한 제이킴의 주술에 치카 역시 굉장히 괴로웠다.

 

 

'이 미국 변호사....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치카는 겨우겨우 숨을 쉬며 제이킴의 주술을 읽었다.

 

중간 중간 들어가는 '고찰' 그리고 '계속' 이란 단어마다 묵직한 공격이 들어왔다.

 

그래, 이 변호사는 엄청나게 기나긴 텍스트 사이사이에 카운터를 넣어 꽂아 넣고 있었고,

 

멋모르는 일반인은 방심한 채 자신이 뭐에 맞는지도 모르고 졸도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일반화 메시지 (계속)!"

 

"치카푸카포카!!!"

 

 

중간 중간 들어오는 카운터 단어들 마다 자신의 방어 주술로 역카운터를 치며 방어해내는 치카의 모습을 지켜보며,

 

제이킴 역시 조금은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생각보다 내공이 만만찮은 상대였다.

 

'내 카운터 단어들을 벌써 파악했다?'

 

그렇다면.... 제이킴은 자신이 가진 최고의 기술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Plausible Deniability. 서레드에서 보이는 한가지 유형인데 꽤나 피로하다. 요는 오해갈만한 행동을 해놓고 자기는 그 의도가 아니라 오해한 사람이 잘못이라며 나무라는 스타일. 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중 한가지 유형은 개같은 소리를 한 다음에, 추궁당하면 자기는 잘 읽어보지 않았거나 그럴 의도로 말을 하지 않았다는 발뺌을 하는 행위이다!"

 

 

"뭐...뭐라고??!!!"

 

 그의 정신 나갈것 같은 지식의 끝에서 치카는 자신의 정신이 아득히 떠나가려는 것을 겨우 붙잡아냈다.

 

 도대체 이 변호사는 뭘 어디까지 파고 들어간것인가. 심지어 어느 지점에 카운터 단어가 있는지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것이 한국어인지도 구분이 안가는데......

 

 확실한 것은, 자신 역시 최고의 기술을 먹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복종하라!!!!! 교주의 이름으로!!!!!! 함께 잠들어요!!! 치카!! 푸카!! 포카아아아아아아!!!!!!"

 

 

" 벼농사는!!!!!!!!!! 할 수록!!!!!!!!! 더 머리!!!!!!!!!!!! 아픈 것!!!!!!!!! 같아요!!!!!!!!!!!!!!!!"

 

서로의 궁극기가 교차하며, 제이킴과 치카는 함께 법원 바닥에 널부러졌다.

 


 

 

 갑작스런 충격파에 미역과 태린은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다시 자신들의 목표를 노려보았다.

 

 짧은 시간동안, 미역의 돌미역은 계속해서 잘려나갔고,  왜인지 태린의 왼손에 자신의 미역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장거리 교전은 안되겟어...!' 

 

 그녀의 손에 식자재가 늘어간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 결단을 내려야 했다.

 

 미역은 그대로 태린에게 달려가 교전거리를 좁히고, 체술을 이용한 전투를 준비했다.

 

 태린의 자세엔 헛점이 많았다. 

 

 '어딜 노리지?'

 

 그 녀의 목, 복부, 다리... 약점은 많았고... 이내 미역은 태린의 복부를 노리고 자신의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미역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미역의 얼굴 앞으로, 갑자기 금속 재질의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들어왔다.

 

 

 "우웁!!!!"

 

 "받으세요. 미역 초장 무침입니다?"

 

 

 미역의 감칠맛과 초장의 새콤달콤함이 그대로 미역의 입안을 강타하고, 미역의 혀와 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이것이 미옐 언니를 쓰러뜨린..... 맛......?"

 

 하지만 미역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뒤로 두 발 물러나며 입안에 들어온 미역 초장무침을 뱉어냈다.

 

"퉤!!!!!"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테린은 당황했다.

 

"어...어째서...."

 

 

"......고소함이 빠졌어...... 참기름 말이야......"

 

태린은 아차싶었다. 상대도 꽤나 실력있는 입맛을 가졌다. 설마 참기름 하나 때문에 자신의 기술이 먹히지 않을 줄이야.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태린은 왼팔을 뒤로 한채, 남은 미역을 재조율 하며 다음 요리를 준비했다.

 

그녀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고 있을 미역이 아니었다.  아직 미역 초장 무침의 타격이 없어지지 않았지만, 

 

미역은 그대로 태린에게 달려들었다.

 

목표는.... 그녀의 머리! 

 

 미역의 젖은 돌미역을 감싼 주먹이 태린의 머리를 강타했고,

 

 둘은 함께 쓰러졌다.

 

 


 

 

 

 "헉....헉헉.....헉....."

 

곰변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바닥에 뻗은 박진감을 내려다 보았다.

 

치열한 상대였다. 

 

 다들 별관으로 향하는 문으로 달릴 때, 기동성이 떨어지는 자신을 노리고 날린 아이폰에 그대로 직격 당할 뻔 했다.

 

 아이폰을 회피한 채 뒤를 돌아보니 피칠갑을 한 박진감이 자신에게 달려들었고,

 

그렇게 15분에 달하는 처절한 혈투가 이어졌다.

 

 어찌나 힘겨웠는지, 자신의 주 공격인 '서초의 등대' 조차 다시 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든 공격을 오로지 피지컬 하나로 막아세웠고, 겨우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곰변은 힘겹게 별관쪽으로 난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조금 걸어가니, 바닥에 함께 널부러진 태린과 미역의 모습이 보였다. 

 

 걷보기엔 미역의 주먹에 태린이 쓰러진 것으로 보였지만..... 미역의 입에 무언가가 박혀 있었다.

 

 

 "태린 주방장.... 실력 여전하구만..."

 

 미역의 입에는 금속재질의 숟가락이 박혀있었고,

 

미역의 입에선 미역국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흐르는 눈물은 덤.

 

 

'태린의 궁극기, 36.5도 체온 미역국이겠군.... '

 

 

 인체의 온도와 정확히 맞춘 강렬한 감칠맛의 미역국...... 미역은 그것도 모른 채 태린에게 최상급 식자재를 쥐어주었고,

 

자신의 무기에 그대로 역카운터를 맞고 함께 쓰러졌다.

 

하지만, 태린 역시 이 한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했다.

 

그 뒤로 보이는 문 앞에 널부러진 제이킴과 치카의 모습 역시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나 뿐인가......'

 

이 곳에 불과 1시간 전만 해도 쟁쟁한 변호사 100여명이 있었지만, 오직 자신만이 남았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었고, 곰변은 쉬고 싶었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아직 자신의 의뢰인이 남아 있었다.

 

 

"......이것이....변호사의 길.....이니까......"

 

 

곰변은 지친 몸을 이끌며 별관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나는 이세계의 송무변호사."

 

 

"뭐라고? 뭔 소리야?"

 

박진감의 반문에, 그는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흐음. 나는, 미국변호사, 제이킴이다!"

 

 

정의의 집행자 김지히

제 3 부 토리파니

 


 

"제이 킴!!!!!!!!!!!!!!!!!"

 

그의 등장에, 마리오는 전율 하며 벅차오름을 느꼇다.

 

동부지법을 벌써 정리하고 지원을 왔다고?

 

 

"구마사제 활동 중 하나. 위험에 처한 메인 타임라인의 변호사들을 구제하러 왔다."

 

자신감에 찬 제이킴의 목소리가 남부지법을 울리고, 리치재단 변호사단 모두 긴장하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나는 어렸을때 부터 탐정놀이를 좋아했다. 주위 사물에 관심이 많았고 여러가지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 별짓을 다했다.

 

바퀴벌레를 물방개인지 알고 잡아 온적도 있었고, 고장난 TV를 두달간 해체한 적도 있었다.

 

 이런 호기심보다 더 관심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거짓말. 난 거짓을 밝히는 것을 정말 재밌었했고, 내 자신도 거짓말쟁이였다.

 

한번은,  초등학교때 학교에서 누군가 선생님이 걷은 우유값을 훔쳤다. 아무도 모르게 완전 범죄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였고, 모두의 사물함을 열었지만 문제의 돈은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은 애들을 모아 놓고 회유와 체벌을 가했지만, 범인과 돈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사물함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통해 범인을 특정, 당사자를 추궁하여 돈을 몰래 갔다 놓도록 했다.

 

두번째는 고등학교때 미국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15분 후.

 

 

 

 

"......언제 끝나는거야......?"

 

긴장한 상태로 그의 말을 경청하던 미역이 문득 의구심을 표현했다.

 

"....닥치고 있어봐. 상대의 발언 속에 약점들을 찾아야 해."

 

......진지하게 듣고있는 미옐과 변호사들이 더 이상했다....

 

"아니.. 아무리 들어도 헛소리 같은데... 그냥 투 머치 토커 같다니까....?"

 

 

계속된 미역의 방해에 미옐도 짜증을 냈다.

 

 

"방해말고 조용히 있어! 저 사람, 저래뵈도 아주 위험한 변호사라고!"

 

 

"아니 아무리 들어봐도 교장선생님 훈시처럼 쓸데 없는 자기 과거 이야기들이라니까??"

 

 경악한 미역은 주변을 두리번 거렸고, 유일하게 변호사가 아닌 자신과 박진감, 치카 셋만이 

 

저 갑작스레 등장한 남자의 말이 무슨 소린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변호사들은 원래 이래??!!"

 

 

"......왜 미국간 사람들은 다 말이 많은거야??? 박찬호, 박준형 다 그렇찮아!!!!"

 

 

고통스러워 하는 미역과 박진감의 외침을 들으며, 마리오는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야...... 일반인이 있어서...... 이게...... 미국 변호사의 무서운 점이지......제이킴... 조금 더 밀어 붙여.....!'

 

 그와 함께, 마리오는 지히, 곰변, 그리고 캐시를 한명씩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물론 캐시의 상태가 가장 힘들어 보였지만.

 

그 때, 별안간 제이 킴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 고로, 나 역시 자네들이 제출한 소장을 찬찬히 읽어 보았고, 문제점을 발견한 바. 맞고소를 제안하는 바이다!!"

 

 

"어휴 드디어 끝났네 저 미제 변호사......"

 

 

갑자기 전쟁터 한복판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나타났고, 모두가 깜짝 놀라 목을 돌려 그 방향을 쳐다보았다.

 

"으악!!"

 

"커흑!!"

 

"아악!!!"

 

20분 가까이 천장만 바라보다 목을 돌리자 곳곳에서 담이 와 목을 잡고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겨우 담을 견딘 변호사들은 그가 누구인지 볼 수 있었다.

 

 

초록색 토리토리 모자와 흰 라운드티를 입고, 오른 손엔 오함마를,  왼손엔 긴 자루 쇠스랑을 든 그는.......

 

 

"망치 사장!!!!!!!!!!"

 

 

반가움에 지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모두가 깜짝놀랐다.

 

 

"어느틈에.....!"

 

 

전장 한복판에 어떻게 기어들어 왔는지 자신들도 눈치 채지 못한 사실에 미옐과 치카는 깜짝 놀랐다.

 

 

'저 사람이 망치사장....?' 

 

 

베일에 감춰져 아무도 본 적 없지만, 모두가 아는 그 남자 였다.

 

오함마와 쇠스랑을 X자로 포갠채 천장의 조명을 받으며 하얗게 빛나는 그는, 이윽고 눈을 번뜩였다.

 

 

"제이킴 선생님, 시간 잘 끌어 주셨습니다. 드디어 인공위성이 정렬되었습니다."

 

 

제이킴은 망치사장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뭐?!?! 인공위성??!!"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단어에 리치재단은 전율했다.  인공위성?

 

 

 그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망치사장은 말을 이었다.

 

 

 "......리페어맨에게 빌린 초대형 레이저 각인기를.... 인공위성에 달아 저고도에 발사 했지....."

 

 

 

"뭐??!! 이 미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닳은 박진감이 경악해 소리를 질렀다.

 

 

"3....."

 

 

"2...."

 

 

"1.....!"

 

 

"레이저!!!!!!!!"

 

소리지른 망치사장은 그대로 X자로 포갠 오함마와 쇠스랑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고, 

 

별안간 하늘로부터 레이저 한줄기가 남부 지법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남부지법의 천장을 뚫고, 순식간에 1층에 도달한 레이저는 망치사장의 잘 단조된 오함마와 쇠스랑과 충돌했고,

 

그 순간, 엄청난 빛과 함께 사방으로 레이저가 반사되었다.

 

 "으아아악!!!!"

 

"치지지지지직-"

 

반사된 레이저에 닿은 변호사들의 몸엔 '토리토리교'가 각인되며 그들의 살을 지져버렸고, 이 날벼락에 

 

토리재단의 4인 역시 구속이 해제되며 탈출할 수 있었다.

 

 

"망치사장 고마워!!!" 

 

 캐시, 마리오, 지히와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은 망치사장은 말을 이었다.

 

 

"앞으로 30초 남았습니다!!! 정비하십시오!!!"

 

 

북새통이 된 난리 한복판에서, 미옐은 정신을 부여 잡고 레이저를 컨트롤 하느라 집중하는 망치사장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 자식이!!! 어디서 개짓거리야!!!"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갑작스레 등장한 한 인물에 의해 막혔다.

 

 

"웁.,....우웁....!"

 

 

동그랗게 커진 눈을 한 미옐의 입안 가득, 밥 숟가락이 들어와 있었고,

 

그 숟가락을 든 사람은......

 

 

"응원단장님!!!!!"

 

 

"태린!!!!!"

 

 

 토리재단의 급양대장이자 응원단장, 태린이었다.

 

 

"어떠냐, 내 연어 명란 오차즈케 맛이?"

 

 

 이미 입안 깊숙이 들어와 버린 엄청난 양의 밥과 함께, 고소한 연어와 명란 향이 올라오며 침이 고였고, 차에 말아져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을  미옐은 도저히 막을 수 가 없었다. 

 

 '꿀...꺽'

 

 미옐은 어쩔수 없이 그것을 넘겨버릴 수밖에 없었고, 그 순간, 크게 떠진 미옐의 눈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밥이 넘어간 것을 확인한 태린은 숟가락을 빼 내었다.

 

 

 "......엄마......"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미옐은 아예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흐느끼며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미옐언니!!!!!!!!!!!!"

 

 

 그 모습을 본 미역은 분노에 차 정신없이 자신을 노리는 레이저를 피해 태린에게 달려들었다.

 

 

 "도와줘!! 미옐이 당했어!!! 망치사장을 노려!!!"

 

 

 미역의 외침에, 정신없이 도망다니던 박진감과 치카 역시 놀라 방향을 틀어 망치사장을 노렸다.

 

 "어딜 감히!!" 

 

 달려드는 미역 앞에 캐시가 나타났고, 미역은 자신의 젖은 돌미역을 캐시의 목을 노려 날렸다.

 

 그런데, 오히려 미역이 잘려나가며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게 무슨!!!!"

 

예상치 못한 일에 미역은 경악했고, 저 뒤의 망치사장이 웃으며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청호 농기구 넘버 68번. 스테인리스 미역낫!!! 미역을 자르는 낫이다!!!"

 

 어느틈에 캐시의 오른 손엔 번쩍이는 짧은 낫이 들려있었고, 날아오는 미역들을 전부 잘라내며 미역과의 거리를 좁혀 갔다.

 

 

"빌어먹을....!!"

 

"....끝났어 유 선 오브 비....."

 

미역을 향해 날선 낫을 휘두르던 캐시는 별안간 강한 벽에 부딛힌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눈 앞에, 낫에 의해 뚫린 맥북 프로를 든 박진감이 보였다.

 

 

"진감아!!!!"

 

 

 박진감은 그대로 맥북 프로를 아래로 내렸고, 캐시는 무력하게 자신의 낫을 빼앗겼다.

 

'땡그렁 - '

 

 

 낫이 맥북프로에서 빠져나가며 바닥에 떨어졌고, 캐시의 눈 앞에 맥북 프로를 머리 위로 들어 자신을 노리는 박진감이 들어왔다.

 

 

 "캐시!!!!!!!!!!!!!!!!!!"

 

 놀란 마리오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퍼-억'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맥북 프로가 터져나가고, 캐시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뒤늦게 달려든 곰변이 박진감의 복부에 주먹을 먹였다. 

 

'크윽...!' 

 

피를 토해낸 박진감은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지만, 그의 정신은 이미 도파민으로 절어있었다. 

 

'내가... 동부지법의 방벽을... 쓰러뜨렸어!'

 

 

곧이어 마리오가 달려들어 박진감을 바닥에 내리 꽂았다.

 

 

 "이 자식이!!! 우리 캐시를!!!!!"

 

그 순간, 갑자기 마리오의 귀로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잠에 들 시간이야... 치카..푸카...포카..."

 

 갑자기 나타난 치카는 마리오의 귀에 대고 그가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목소리로 그에게 주문을 먹였다.

 

 

 "이...이게 무슨.....!"

 

 

 예상치 못한 공격에, 마리오는 저항조차 하지 못한채 잠들며 바닥에 널부러졌고,

 

 이어서 어정쩡한 상황이 되어버린 곰변을 향해, 미역과 치카,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박진감이 눈을 번뜩였다.

 

 

 '젠장...!'

 

 

 곰변은 당황했다

 

 미역의 젖은 돌미역이 가장 먼저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 들었다.

 

 그 순간, 돌망치 하나가 날아와 돌미역을 쳐버리며, 돌미역 끝을 잡고 있던 미역은 외마디 소리도 내지 못한채

 

그대로 끌려가 바닥에 처박혔다.

 

 

 "곰변!!!!! 나와!!!!" 

 

 분노에 찬 지히는 그대로 박진감과 치카에게 달려들었다.

 

 아직 몸을 추스리지 못한 박진감의 명치에 지히의 발차기가, 쓰러진 마리오를 마무리 지으려 앉아있던 치카의 얼굴로 지히의 주먹이 날아가 꽂히며 뻥튀기 터지는 소리가 났다.

 

 

"크어억!!"

 

"크악!!!"

 

 둘은 바닥을 구르며 밀려나갔고, 지히는 멈출 생각이 없는듯이 그 둘을 향해 걸어갔다.

 

 그대로 양 손에 박진감과 치카를 붙잡아 들어올린 지히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너흰... 변호사 잘못 선임했어."

 

 "함께...즐겨요....치카...푸ㅋ......크억!!!!"

 

 

 "......나한텐 안 통해!"

 

그 와중에 주술을 걸려는 치카의 복부를 걷어 차며, 지히는 이 둘을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그 순간, 사방에 튕기던 레이저들이 멈추며 법원 안이 조용해졌다.

 

 피투성이가 된 박진감이 미소를 지으며 광기에 찬 눈으로 지히의 눈을 쳐다보았다.

 

 

"이봐 변호사..... 이제........ 2심이야."

 

 지히의 등 뒤로, 어느새 정신 차린 미역이 곰변과 태린의 몸을 돌미역으로 묶어 압박하고 있었고,

 

 레이저가 끝난 망치사장 역시 오함마와 쇠스랑을 던지고, 자신을 추격하는 10여명의 변호사들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지히 자신 주위로도 60명에 달하는 변호사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순식간에, 60명의 변호사들이 지히를 덮쳤고, 그틈에 박진감과 치카는 그녀의 손을 벗어났다.

 

 엄청난 인간에 파뭍히며 지히의 폐가 압박당하고, 그녀는 질식되어감을 느꼇다.

 

 

"젠.....장......"

 

 

 수많은 인간들 틈 사이로,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돌망치가 보였다. 힘겹게 팔을 뻗었지만... 절대 닿지 않을 거리였다.

 

 

 그 때, 망치 사장의 외침이 들렸다.

 

 

 "토리파니!!!!!!!!!!!!!!!!!! 받으세요!!!!!!!!!!!"

 

 

 별안간 하늘 위로 뻗어진 지히의 손에, 돌망치가 날아와 잡혔고, 그대로 지히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냈다.

 

 

"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60명의 변호사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바닥에 내리꽂혔고, 곳곳에서 외마디 소리와 신음소리가 났다.

 

 

두 다리로 일어선 지히를 향해, 망치사장은 하나의 망치를 더 던져 주었다.

 

왼손으로 날아오는 돌망치를 붙잡은 지히는,  그대로 돌망치의 머리를 보았다.

 

 

 오른손에 들린 돌망치에는 '토리'가

 

왼손에 들린 돌망치에는 '파니' 가 각인되어있었다.

 

 

 "토리파니!!!!! 제가 만든..... 한국 최고의.... 아니, 세계 최고의 걸작입니다!!!!!!"

 

 

 망치사장의 설명에, 지히는 눈을 번뜩이며 자신을 두렵게 바라보고 있는 박진감과 치카, 미역, 그리고 아직도 50명가까이 남은 변호사들을 바라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오늘.... 내가 왜..... 동부지법의 미친 개인지...... 똑똑히 보여줄게......."

 

 

 

 

 

 

"....여..여긴..."

 

 

 밝은 햇살에 지히는 간신히 눈을 떴다.

 

 

"......이제 정신이 드냐?"

 

 

 핀잔을 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지히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안도했다.

 

 

 

 

정의의 집행자 김지히

제 2 부 변호사 전쟁


 

 "...방심했어.. 일대이는 처음이라..."

 

"소 스튜핏. 비치!!"

 

 

병원 VIP실 침대에 누운 지히는 자신 앞에 팔짱을 끼고 서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캐시 스트레인지.

 

 지히의 조력자이자 '동부지법의 방벽'이라 불리는 강한 여자였다.

 

그런 그녀의 눈에......걱정이란게 보였다.

 

 

"....성부님이 아니었으면 진즉에 죽을뻔했어. 어쩌다 그런 곳을 기어들어간거야?"

 

 

 그 때, 병실 문이 열리고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들어왔다.

 

 

"지히는 괜찮은거야?"

 

 

 중후한 목소리의 사내는 성부 마리오라 불리우는 남자. 최형이었다.

 

 대형언론사 오보(OHBO)의 창립자이며 막대한 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난 밤, 그 사지에서 지히를 구해준 사람이다.

 

곁으로 다가오는 마리오를 보며, 캐시는 혀를 찼다.

 

 

"이제 막 일어났어 성부. 완전 미친거 아니냐고."

 

곧바로 캐시는 지히를 쏘아붙이며 말을 이었다.

 

"야 김지히. 너가 어제 어딜 쑤신줄 알기나 해?"

 

 

곧장 마리오는 침대에 누운 지히의 손에 종이 한장을 쥐어주었다.

 

"너가 기절한 이틀동안 벌어진 일이야. 리치리친지 뭔지 하는 애들이 완전 눈이 돌아버렸다고."

 

 지히는 곧장 그 종이를 들어올렸고, 이내 신문기사의 한 조각임을 알아차렸다.

 

'....동부지법 변호사, 남부지법을 습격하다.. 전쟁의 서막인가...'

 

 

"난 그저 의뢰 때문에...."

 

"아무리 의뢰여도 그렇지!! 상대는 남부지법 리치리치 재단의 넘버 쓰리였어!! 아 물론 그 언니가 대상이긴 했어도...

 

덕분에 이 바닥이 아주 난처해졌어. 심지어 수임도 덜 끝난 변호사를 공격해? 너 이거 협회 청문회 감인거 몰라???"

 

캐시의 다그침에, 지히는 눈을 꼭 감았다. 이어서, 마리오도 입을 열었다.

 

"......심지어 남부지법이라 일이 더 커졌어. 안그래도 유독 동부지법과 원고,피고 관계가 자주 있어서 싸움도 많은 사인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하는데..."

 

 계속된 질타에 짜증이 올라온 지히는 짜증스럽다는듯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던졌다.

 

잠시 병실에 침묵이 흘렀고, 마리오가 입을 열었다.

 

"...네 목숨을 내놓으라더군. 아니면... 전면전이라네.. 이미 저쪽은 이판 사판인것 같아. 당장 지금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야."

 

 

"하아...알겠어. 내가 내일 충주로 가서......리치윤과......."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김지히!"

 

 

지히의 우유부단함에, 캐시는 소리를 질러버렷다.

 

 

"무슨 이유인지, 남부지법의 수장, 리치윤은 이 상황을 묻을 생각이 없어보여. 그 놈들, 전면전을 원하고 있어."

 

 

지히를 노려보던 캐시는 이내 눈에 힘을 풀며, 지히의 지친듯한 눈을 바라보았다.

 

 

 

"... 우리 토리재단은 이미 결정했어. 김지히.

 

곧, 장비들이 들어 와. 우린 널 버릴 생각이 없거든. 그러니 준비해."

 

 

 그 때, 마리오의 전령이 병실로 들어오며 셋의 대화를 방해했다.

 

"저 성부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알았네."

 

성부 마리오와 캐시가 병실 밖으로 나서고, 지히는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딴단다라단단ㅡ'

 

갑작스레 지히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여배우'

 

 

 지히는 곧바로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을 누르며 귀에 대었다.

 

".....네. 김지히 입니다."

 

"......아직 살아있었군요... 의뢰를 실패했다고 들었습니다"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서 몸서리가 쳐지는 말투였다. 이 사람이 원래 이런 말투가 있었던가?

 

"...죄송합니다. 단순한 민사가 아니더군요. 조금... 방심했지만... 다시 한번 기ㅎ...."

 

 

"...그럴 수밖에요. 쳇,거기서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

 

 

"....네?"

 

 갑작스런 여배우의 발언에, 지히는 말문이 턱 막혔다.

 

 

"김지히씨.... 안양의 그 타이어가게...기억해요?"

 

 갑작스런 이야기에, 지히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이 사람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것인가.

 

설마.. 1년 전, 자신이 이렇게 된 그 일을 말하는 건가?

 

 

"그 날... 하필이면 내 타이어가 터져서 타이어가게를 들어갔지.

 

그런데 그곳에......사람이 죽어있었어... 무언가 묵직한 둔기로 맞아 두개골이 함몰된 채.

 

 하필 그때 경찰이 들이닥쳤고, 나는 살인자로 몰렸지."

 

 

"도대체 무슨 소릴...하시는......"

 

 

"시치미 떼지 마!!!!!"

 

여배우의 소름끼치는 외침에 지히는 스마트폰을 살짝 귀에서 떼었다.

 

이어 여배우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누명을... 리치윤 변호사가 풀어줬어. 자그마치 1년이 걸려서... 나는 너 하나만 없애버리면 된다고 말했지만..... 마침 말이지... 이쪽도 원한이 있던 모양이더군? 덕분에 쉽게 되었어."

 
 

 

"당신 지금 하는 소리 다 녹음되고 있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히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돌아온것은 여배우의 앙칼진 웃음소리 뿐이었다.

 

"아하하하하! 아직 정신 못차렸나본데... 이건 민사재판이 아냐 김지히...... 이미 어둠의 변호사들이 준비 되었어.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거지... 리치윤 변호사도 아주 무서운 사람이더라고?

 

그럼, 기대해. 김.지.히 씨?"

 

 

뚝ㅡ

 

 

그녀의 전화가 끊기자마자, 병실문이 벌컥 열리더니 사색이 된 캐시와 성부 마리오가 뛰어 들어왔다.

 

 

"이 시벌럼들!! 이 미친것들이!! 동부지법을 공격했어!!"

 

 

"젠장, 생각보다 행동이 빨라!!!"

 

 하지만 이내 그 둘은 지히를 보며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을 움켜쥔 채, 한줄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지히야... 무슨..... 무슨 일이야....!" 

 

 

 캐시가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고,  지히는 힘겹게 손가락을 움직여 스마트폰의 녹음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럼, 기대해 김지히씨?"

 

 녹음이 끝나고, 캐시와 마리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니까, 그 여배우.. 장가현? 이란 사람이 배후였다고?"

 

 

"그 사람.. 우리 토리재단 쪽으로 아주 영향력이 큰 사람인데.. 그럼.. 이게 다 계획 된거라고?"

 

 

성부 마리오 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상이상으로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아무튼.. 동부지법이 공격당했다면서요, 이제 어쩌죠? 장비는요?"

 

 

 감정적으로 흔들린 지히였지만, 이제 시간이 없었다. 사태가 파악 되었으니 이젠 행동해야할 차례.\

 

지히의 물음에 마리오는 정신을 차리며 두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연락받은 거로는 겨우 막고있대. 남부지법의 조무래기들이 전부 달려 온 모양이야. 지원받긴 일단 글렀고...

 

문제는 장비인데...."

 

 

똑똑 - 그 순간, 누군가가 병실의 문을 두들겼고, 조용히 문이 열렸다.

 

 

"저..... 곰변이라고 하는데요...그...... 망치 사장님이 장비들 좀 전해 달라셔서.."

 

 

"곰변!!!!"

 

 

반가운 얼굴에, 다들 화색이 돌았다. 이윽고 마리오가 입을 열었다.

 

 

"좋아, 일단 장비를 챙기고, 내 생각에 우린 남부지법을 치는게 맞는거 같아.

 

자고로 공격은 최고의 방어라고 했거든. 분명 우리가 이 병원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동부지법을 친걸 보면.....

 

그 본체놈들은...... 반드시 남부지법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꺼야."

 

성부 마리오의 파이팅 넘치는 계획과 함께, 넷은 서로를 바라보며 투지를 불태웠다.

 

 

 "자, 일단 장비들을 착용하시죠."

 

 곰변은 병실 침대 위에 자신이 가져온 장비들을 쏟아부었다.

 

 

지히는 자신의 소중한 장비들을 천천히 착용했다.

 

 초록양말과 교주의 의사봉, 부두인형, 그리고 님부스 2024를 챙기며 조용히 자신의 종이봉투를 머리 위에 쓰며 전의를 다졌다.

 

캐시와 성부 마리오도 자신의 무기를 챙겼다.

 

그리고...

 

"참, 곰변님은 장비 없으세요? 그냥 서 계시네?"

 

갑작스런 마리오의 질문에 곰변은 살짝 당황했지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제 무기는 말이죠.... 저 스스로 라고나 할까요....하핫.."

 

"뭐 벡터맨 베어라도 되는겨? 미친...."

 

 캐시의 드립에 다들 웃으며 긴장감이 조금은 풀어졌다.

 

 

 "자, 준비 다 되었으면... 출발합시다."

 

 

 그렇게 네 사람은 각자의 탈것에 몸을 싣고, 남부지법으로 향했다.. . .

 

 

 

 

 

 

 

 

 

 

 

 

 

 

 

 

 

 

 

. . . . .5분 후. 병실.

 

 

 

"헉..허헉....저..그..무기..아니... 장비 가져 왔..는..데요...."

 

 

"...어라 다 어디 갔지?"

 

 

그는 망치 사장이었다.

 

 


 

2024년 12월 30일 월요일. 

 

'쿠과가가강!! 쿠과가가강!! 

 

조용했던 서울 남부지법 정문이 폭발하며, 이내 거대한 사이버트럭 한 대와 빗자루 한 대가 들어왔다.

 

 본관 정문 앞에 요란하게 주차 된 차량에서 

 

두쌍의 남녀가 내리고, 계단을 타고 법원 안으로 달려들었다.

 

 

 

"리치윤!!!!!!!!!!!!!!!!!!!!!!"

 

 

들어가자마자, 분노조절에 애로사항이 있는 캐시가 소리를 질렀다.

 

"리치 윤 나와!!!! 함 뜨자!!!!"

 

"뭐 그렇게 요란하게 들어와. 나 여기 있어."

 

 빨간 안경을 쓰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리치윤이 나타났다.

 

 "그리고.. 너 따위가 그렇게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이 아니야......."

 

 

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넷은 긴장했다.

 

'역시 이혼전문 변호사라 그런가.. 엄청 날카롭네'

 

 리치윤을 처음 보는 마리오가 캐시에게 속삭였고, 캐시는 잡담 그만 하라는 눈치로 마리오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곧이어 지히가 앞에 나섰다.

 

"리치윤. 이건 나와 클라이언트의 문제야. 계약을 파기해야겠으니 좀 빠져."

 

 지히의 모습을 본 리치윤은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호오... 김지히...동부지법의 미친개.. 토리파니 아니신가?

 

미안하지만.. 우리 고객님께서는 이미 나와 계약이 되어 계셔서 말이야......"

 

 

"뭐? 이혼 전문 변호사와? 가정 문제야?"

 

 

어처구니 없는 지히의 드립에, 모두들 당혹스럽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갑자기 날카로운 새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이것들이 날 이제 연옌 취급 안 하네!!!"

 

 

"당신은!!!"

 

 

엄청난 몸매와 빛이 나는 미모와 함께, 갑작스레 장가현이 등장하고, 넷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란 것은 리치윤도 마찬가지였다.

 

 

"의..의뢰인님... 법정에서의 발언은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ㄴ..."

 

 

"후 저 싹퉁 바가지를 차마 안 볼 수가 있어야지! 쟤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왜 내가 가던 타이어 가게 사장을 망치로 돈까스를 만들어 놔!!!"

 

 그녀의 말에, 항상 침착하던 지히 역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1년전, 그 날의 사건이 떠올랐다.

 

 

".....그 놈이 내 타이어를 사기 쳤단 말이야....내 소중한 타이어를...

 

내 비싼 사계절용 타이어를 빼고, 싸구려 중고 여름용 타이어를 끼워놨다고....참을 수 없었어......"

 

 

결국 이 모든 것이 타이어로 얽혀버린 끔찍한 사례였다.

 

처음 듣는 지히의 사연에 모두들 상당히 놀랐다. 

 

 

"...어쨋든 간에....이렇게 이제 모두 모였네...?"

 

장가현은 차가운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었다.

 

 

"얘들아! 이제 나와도 되겟다!"

 

여배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드넓은 법원 민원실을 울렸고,이내 숨어있던 변호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미역과 미옐 역시 킬킬대며 지히를 향해 손을 흔들며 나왔다.

 

"여어 히사시부리네? 지난번엔 잘도 도망쳤겟다?"

 

"어이어이 거기 덩치 큰 3등신 오빠? 저번엔 좀 무서웠어......오늘은 미여기 아프게 하묜 안댕?"

 

그녀들의 조롱에, 마리오도 인상을 구겼다.

 

"....지난번엔 여자라 봐줬지만, 오늘은 그런것 없다. 다시마로 만들어주지."

 

 그의 포부에, 미역은 살짝 움츠러들었지만, 이내 100명에 가까운 아군을 보며 용기를 더 내었다

 

 ."...100대 4야 이제 어쩔 거지?? 오빠 무리하는거 아냐?"

 

 

 투지를 일으키며 넷을 둘러싸는 리치재단의 변호사단을 바라보며, 리치윤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자아......우린 별관에서 차한잔 할테니 이따 보자고. 볼 수 있을진 모르겟지만 말이야. 깔깔!"

 

 

앙칼진 웃음소리와 함께, 장가현과 리치윤은 뒤돌아 별관으로 향했고,

 

 

그 둘의 빈자리를 졸개들이 채우며 법원엔 긴장감이 돌았다.

 

서로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벌이던 두 조직.

 

그리고.......

 

"어디 한번 놀아보자! 언더더씨!!!!!"

 

 가장 먼저, 젖은 돌미역을 손에 쥔 미역이 달려들었다.그러자 변호사 수십이 함께 넷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죽어!!!!!! 토리놈들아!!!!!!!"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성부 마리오는 자신의 등 뒤에 매여졌던 배낭을 풀어 헤쳐 그들에게 배낭 안에 있던 무언가를 뿌렸다.

 

무언가가 달려들던 리치 변호사단을 때렸고,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히에에에엑!!!!"

 

"으아아아아아아아!!!!"

 

"벌레에에에에에에에에!!!!!"

 

 항상 좋은 환경에서 살던 변호사들에게 치명적인, 벌레였다.

 

 엄청난 속도로 바퀴벌레와 지네, 곱등이같은 혐오벌레들이 돌아다녔고, 변호사들은 생전 본적 없는 징그러운 벌레들의 공세에 기겁하며 바닥에 널부러졌다.

 

"후후후.. 나의 필살기, 벌레 장난감이다."

 

 자지러지는 그들을 보며, 성부 마리오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 공격을 무시하고 마리오를 향해 들어오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미역이었다.

 

 

 "내 친구는 갯강구였엄마!!!!! 싸우나도가고! 어!! 밥도 먹고 어!! 이따위 공격 쯤이야!!"

 

 

 물먹은 돌미역이 거칠게 성부 마리오의 가슴을 쳤고, 마리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젖은 돌미역을 움켜쥐었다.

 

"크윽.. 어디서..."

 

 이틀 전과 다르게 강한 미역의 힘에 마리오는 살짝 당황했다.

 

 그 틈에, 나머지 졸개들도 360도 원을 그리며 토리재단 변호사단 네명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젠장!! 캐시!!! 당장 써!!!!"

 

 

 마리오의 외마디에, 캐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등 뒤에 숨겨둔 빨간 무언가를 꺼내 입에 가져다 대고는,

 

숨을 있는 힘껏 빨아들이며 폐를 크게 넓혔다. 

 

그리고.......

 

 

"야!!!이!!!! 미친!!것!!들!!!아!!!!!!!!!!!!!!!!!"

 

야채 용달차용 확성기.

 

12단계 최대출력으로 설정된 확성기를 통해 뿜어져 나가는 캐시의 사자후에,

 

달려들던 변호사들 모두 귀를 막으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역시 동부의 방벽!!!!" 

 

마리오는 신난듯이 외쳤다.

 

그러나 문제는, 캐시의 뒤는 영향이 전혀 없었다.

 

 

"아직 사각지대가 있어!!"

 

지히의 외침에, 곰변이 캐시의 등뒤로 향하며 외쳤다.

 

"제게 맏기세요!!"

 

 

캐시의 등 뒤로 다가선 곰변의 주먹이 빛나기 시작하더니,그는 이윽고 적을 마주했다

 

 

 

"서초의 - 등대!!!"

 

 

단단한 곰변의 몸이 빛나고, 그의 근육덩어리 몸이 드러나자,곰변은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적들에게 정권을 먹이며, 그는 분노에 차 외쳤다.

 

"야근!"

 

"야근!"

 

"진상!"

 

"소자아아앙 전다아아알!!!"

 

 전설적인 변호사의 전투법에 다들 깜짝놀랐지만,이내 정신을 차렸다.

 

지히도 자신에게 달려드는 변호사들을 망치로 때려눕히며 인파이트를 시작했다.

 

지히에게 덤벼들었던 변호사들 모두 자신의 신체 부위 곳곳을 누르며 바닥을 나뒹굴렀다.

 

'까ㅡ앙'

 

정신없이 휘두르던 망치에 난데없이 무언가가 걸리며 지히의 망치를 멈추었다.

 

놀란 지히는 자신을 막아 선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갈색머리를 찰랑거리는 그녀는 무려 애플 맥북 프로로 돌망치를 막았다.

 

 "당신 뭔데 돈지랄을...."

 

당혹스런 지히의 말에, 그녀는 씨익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진감. 박진감이라고 해. 장가현 대표님의 디자인 비서야."

 

 

한편, 정신없이 상대를 때려눕히던 곰변의 주먹을 막는 이가 있었으니.

 

 

"같은 체술파네요? 반가워요. 미옐이라고 합니다."

 

곰변 역시 흔하지 않은 체술의 달인에 살짝 당황했지만 도발을 이었다.

 

".....덤벼. 잔챙이의 고소장 따위, 야근으로 녹여주마."

 

둘의 주먹다짐에 불꽃이 일었고, 그 누구도 이 둘의 싸움에 섯불리 끼어들지 못했다.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던 캐시는 목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때, 순식간에 한 여성이 달려들어 캐시를 꼬옥 안아버렸다.그러고는 캐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주문을 외워보자, 치카 푸카 포카."

 

 

 그녀의 솜사탕같은 목소리가 캐시의 거친 내면을 호수처럼 잔잔하게 억누르며 캐시는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게 느껴졌다.

 

"정신차려 캐시!"

 

 

물미역과의 치열한 힘대결을 벌이던 마리오의 외마디에, 캐시는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

 

 

"이.. 이 옘병할 가스나가!"

 

 

 캐시는 힘겹게 주먹을 휘저었지만, 캐시를 혼란에 빠뜨린 그녀는 사뿐히 뒤로 물러났다.

 

 

 

"반가워요. 매혹의 목소리, 치카라고 해요."

 

 

 

이윽고,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성부 마리오의 싸움은 쉽지 않았다.

 

저 미끌거리는 상대의 물 미역이 자신의 왼팔과 오른다리를 완전히 고정시켜 버렸고,

 

그 와중에 자신에게 달려드는 잔챙이들도 상대해야 했다.

 

"미역 이거.. 드럽게 성가시군..."

 

 잔챙이라 해도 상대는 리치재단의 최정예들. 팔 하나로 해결하기는 너무 벅찼다.

 

 갑자기 잔챙이 둘이 동시에 달려들었고,마리오는 오른 팔로 첫놈의 턱을, 왼다리로 두번째 놈의 정강이를 날려버렸다.

 

 그 순간, 세번째 녀석이 발차기를 날렸다.

 

 

'fuxxing jeasus(재수 없군)'

 

 

어쩔 수 없이 물미역을 쥔 왼팔을 빼서, 그놈의 다리를 붙잡고 오른팔로 중요부위를 찍어버렸다.

 

 외마디 소리가 들리며 그놈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오빠, 내가 기다리고 있었어......!"

 

 

미역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리고, 소름끼친 마리오가 반응하기도 전에, 젖은 물미역이 그의 목을 조여버렸다

 

 

'크헉!!!'

 

 

미역 이 사람도 만만치 않았다.

 

미역은 그대로 마리오의 목을 조이며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까ㅡ앙'

 

치카의 식칼을 국자로 가까스로 막은 캐시는 안도했다.

 

갑자기 식칼을 꺼내든 치카와의 근접전은 사뭇 다른 상태였다.

 

캐시도 다급히 확성기를 던져 버리고 자신의 보조무기인 스테인리스 국자와 무쇠 프라이팬을 꺼내들어 살벌한 교전을 이어 나갔다.

 

 캐시가 유리한 점은, 상대가 자신보다 키가 작아 린치가 짧은데다, 짧은 식칼을 사용하기 때문에

 

 린치가 긴 국자와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자신이 버티기는 수월하단 점이었다.

 

 

'문제는...'

 

 

체술 자체는 치카가 우월했다. 정신없는 공격사이사이, 그녀는 알수 없는 주문을 지속적으로 끼워넣으며

 

 캐시를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압박했다

 

 

"함께 즐겨요 치카 푸카 포카..."

 

"그놈의 양치질좀 작작해!!"

 

 

 오히려 자신의 이 짜증이 원동력인 듯이,치카의 압박은 더욱 거세져갔다.

 

 계속 뒷걸음질 치던 캐시의 뒷 발에 아까 마리오에게 급소를 맞아 널부러졌던 변호사가 걸렸고,

 

 발을 헛디딘 캐시가 넘어졌다.

 

 치카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넘어진 캐시를 향해 식칼을 내리 꽂았다.

 

 '까-앙 -'

 

 스테인리스와 무쇠가 부딛히며 날카로운 소리가 법원에 퍼졌고,

 

 캐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식칼을 프라이팬으로 막아내었다.

 

 하지만 동시에 리치재단 변호사의 몽둥이가 날아오고있었다.

 

"죽어!!!!!"

 

캐시는 재빨리 왼팔을 들어올려 국자로 그의 몽둥이를 막아내며, 전투는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정신없이 주먹 싸움을 하던 곰변은 조금씩 상대가 파악되고 있었다.

 

 묵직한 한방 위주의 권법인 자신과 달리, 미옐의 권법은 빠르고 예리했다.

 

 속도 차이 때문에 자신은 막기 바쁘고,카운터를 치려해도 주먹을 장전하는 모션이 너무 커서 틀어막히거나

 

 타격 해도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곰변은 초조했다. 반대로 미옐 역시 이 상황을 아는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곰아저씨, 전설적인 명성에 비하면, 생각보다 별거 없네요?"

 

 "너야말로... 속도만 빠르지, 솜방망이네."

 

 

 곰변의 답에, 씨익 웃은 미옐은 곧바로 표정을 바꾸었다.

 

 "호오.. 여유가 아직 있으신가 보네요? 그렇다면...."

 

 "이미 예리한 제 1초식, 1008회 내용증명!!!"

 

 

미예리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고급 기술공격을 곰변에게 넣었고, 곰변 역시 자신의 기술을 꺼냈다.

 

 

"하리보 제 4초식, 야근 무한 지옥!!!"두 기술이 충돌하며,강렬한 충격파가 법원 내부를 흔들었다.

 

 


 '콰앙 -'

 

 묵직한 15인치 맥북 프로는 생각외로 내구성도 좋은 데다,표면적도 넓어 방패처럼 돌망치를 막아냈다.

 

"그... 토리파니라고 하던가요? 우리 사장님이 항상 말씀하시던게, 패션센스가 재앙 수준 이라시던데,

 

그 초록 양말만 봐도 알겠어요!"

 

 

웃으며 신경을 계속 긁는것이 점점 귀찮아지고 있었다.

 

 모서리를 이용해 공격 포지션으로 들어오는 맥북을 망치로 막으며, 지히는 답했다.

 

"니가 옷 사줄거 아니면 입다물어. 하찮은 삼류 주제에"

 

그 순간, 박진감의 표정이 굳더니, 그자리에서 멈췄다.

 

 

"...당신이 브랜딩을 알아? 당신따위가....?"

 

이상한 포인트에서 분노한 박진감을 보며 지히는 당황했다.

 

박진감은 주머니에서 연필을 꺼내들었다.

 

 

".......당신이 자초했어요.."

 

 

 눈을 번뜩인 박진감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지히의 눈 앞에 연필을 찔러 넣었다.

 

 지히는 재빠르게 양팔로 그녀를 잡았지만, 돌망치를 놓치며 둘 역시 교착 상태에 빠져버렸다.

 

 대치상황에서 빠르게 주위를 둘러본 박진감은 씨익 웃었다.

 

 

"끝났어요."

 

 

그녀의 말에, 지히 역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미 토리재단의 변호사 넷은 교착상태에 빠져 꼼짝 못하게 되었고, 이런 그들을 리치교의 변호사들이 둘러 싸고있었다

 

 리치재단의 최정예 4인에게 지지는 않더라도 아무것도 못하게 된 토리재단 4인방에게,

 

 각자 무기를 쥔 리치재단의 변호사단이 다가왔다.

 

 마리오는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려 발버둥쳤지만,그럴수록 돌미역이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비...빌어먹을....."

 

 

캐시 역시 치카와 한 변호사의 힘을 실은 공격을 그대로 붙잡는것이 최선이었다.

 

"이... 미친....미친 것들...."

 

 

곰변은 미옐의 양팔을 붙잡고 놓치지 않는 수뿐이었다.

 

"야근이....너무....너무 빡세군....요..."

 

 

지히 역시.. 무기를 놓친채, 온힘을 다해 연필을 쥐고 밀어넣는 박진감을 막기 벅찼다.

 

"어디서.. 연필 따위로......"

 

 

넷에게, 패배감이 밀려들고 있었다. . .

 

 이 상태로 누구 하나라도 치고 들어온다면.... 그대로 집단 구타로 이어질게 뻔했다.

 

 

 

 

 

 . . .그 순간, 법원 2층 창문이 깨지고,강한 햇살과 함께 누군가가 등장했다.

 

 

 놀란 미역이 외쳤다.

 

 

"누구냐!!!!"

 

 

 그 남자는 망토를 펄럭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이세계의 송무변호사."

 

 

"뭐라고? 뭔 소리야?"

 

박진감의 반문에, 그는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흐음. 나는, 미국변호사, 제이킴이다!"

 

 

 

 

PROLOGUE


그날도 평범한 하루였다.

 

그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다...당신 대체 뭐하는 년이야!!"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봉지를 뒤집어 쓴 그녀는

 

 오른손엔 돌망치를, 왼손엔 알 수 없는 짚으로 만든 인형을 들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남자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남자는 눈알을 굴리며 자신의 가게에서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았지만,

 

 방금 자신을 밀친 이 여자의 힘이 생각보다 좋다는것에 겁먹은 상태였다.

 

 무기를 찾는다 한들, 벗어 날 수 있을까?

 

"저..저는 그저 타이어가게 주인일 뿐이에요!"

 

 남자의 절규에,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게 문제야. 넌, 죄를 지었어. 유죄다."

 

 그대로 바닥에 수많은 못이 박힌 짚인형을 남자에게 던진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올려 빠르게 남자의 머리로 내리 꽂았다.

 

 

 "으아아아!"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녀는 쓰러진 남자를 뒤로 한채 타이어 가게를 나왔다.

 

 그녀는 결정했다. 오늘부터,

 

 "나는 정의의 집행자다."

 

 

 

정의의 집행자 김지히

제 1 부 낮선 의뢰

 


 

1년 후.

서울시 강동구의 한 아파트.
 
수많은 법률서적으로 된 책장을 가진 서재엔 수 많은 짚인형과 대못, 그리고 초록색의 긴 빗자루가 어색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철컥, 쿵..'
 
 
 문이 열리고 커다란 서류봉투를 뒤집어 쓴 작은 체구의 여성이 방으로 들어왔다.
 
 익숙하듯 봉투를 벗자,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땀으로 범벅된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아직 떨리는 손에는 '교주의 의사봉'이라 적인 부강이란 회사의 망치가 쥐어져 있었다.
 
 
'...오늘 의뢰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네....'
 
 
지히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죽어가던 피의자의 얼굴을 기억속에서 흩뿌렸다.
 
 천천히 눈을 뜬 그녀의 눈에, 책상 위에 놓인 할머니의 액자가 들어왔다.
 
 
'할머니...'
 
 
 양지의 판사가 되길 바랬지만, 음지의 다크나이트가 되어버린 자신의 처지에, 지히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
 
 밀려오는 후회에 혼란스러웠지만 그와 동시에 정의를 실현한 그 순간이 떠오르며 아드레날린이 함께 치솟았다.
 
 
 '그래.. 판사나 나나, 망치로 세상을 지키는건 똑같아.'
 
 
그 날 이후로 1년 동안 수 많은 의뢰를 성공시켜 왔지만,
 
여전히 자신의 마음 한 구석은 이 일에 대한 회의감과 공허함이 함께 공존해왔다. 
 
그 때, 그런 그녀의 사색을 방해라도 하듯이
 
 
지히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배우 입니다......"

 

 지히가 소속된 토리토리 변호사 재단을 후원하는 큰손, 통칭 '여배우' 였다.

 

이미 몇번 의뢰도 받아본 일이 있어, 지히 역시 익숙한 사람이었다.

 

"네.무슨일인가요?"

 

 고풍스런 목소리를 가진 여배우는 천천히 자신에게 의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며칠전, 제 얼굴을 그리는 대회를 개최했어요...

 

잘 그리는것까진 기대하지 않더라도.. 이쁘게 그려주는분께 선물을 드리려했죠."

 

 

"네. 듣고 있습니다."

 

 

 여배우의 감정이 격해지는지, 울먹이는 소리로 변한 의뢰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그런데... 한 사람이...정말... 어처구니없이 절 그려서 큭...크흡.. 죄송합니다 너무 힘들었어서..."

 

 

 평소와 다른 그녀의 목소리가 지히를 불쾌하게 만들었지만, 지히는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미역이란 사람이었어요... 절 조롱하고, 말도안되는 그림으로,

 

장가현 이쁘게 그리기 대회를 엉망진창으로.. 아니 앗......!"

 

"괜찮습니다. 익명 보장합니다."

 

 

 실수였을까? 아니면 의도 였을까? 처음 듣는 그녀의 본명. 생각보다 유명한 사람이었다.

 

사랑과 전쟁이었나...... 나쁜 여자 역할로 꽤 많이 보았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아무튼, 미역이란 사람이 문제인거군요."

 

 

"......네.. 그 사람... 반드시... 승소하고싶어요."

 
 
굳게 마음 먹은듯이, 의뢰를 요청하는 답변서, '승소하고싶다'를 말하는 여배우의 말에 긴장감이 어렸다.
 
 
 
 
"......알겟습니다. 이틀 뒤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지히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고, 이제 피의자가 된 '미역'이란 자를 조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2024년 12월 27일 월요일.

 

 미역은 대문앞에 놓인 택배상자를 들어올렸다.

 

 

 '어디서 온거지...?'

 

 

 미역은 천천히 택배 상자에 붙은 배송지를 읽어보았다.

 

 

'장가현 이쁘게 그리기 대회 2등'

 

 

'아 맞아. 나 상받았지?'

 

미역의 머릿속에 어렴풋이 자신이 그렸던 그림이 떠올랐다.

 

 

 

 잊고있던 기억들이 하나씩 돌아오고 있었다.귀찮아서 1분 만에 그린게 큰 호응을 받았었지.

 

 

 "몇시간 걸려 그려서 뭐해? 역시 사람들은 개그를 좋아한다니깐?"

 

 

 기분 좋게 택배상자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린 미역의 눈에,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샤프심이 들어왔다.

 

 

'내 침입 방지 장치...'

 

 

데스노트에서 감명받아 항상 문에 설치하던 샤프심..

 

 그것이 처음으로 부러져 떨어져있었다.

 

 

 '뭐지....?'

 

 

미역은 당혹감을 감출수 없었다. 하지만, 의연하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누군가의 존재를 자각한듯이.

 

 

 

 미역의 단독주택에서 170m 떨어진 한 빌라 옥상에서, 지히는 망원경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히 앞에 놓인 15인치 맥북 에어의 화면에는 미역의 집에 설치된 열 두 대의 CCTV화면이 나오고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미역을 감지한 '현관'이란 카메라가 화면을 클로즈업했다. 

 

이어서 미역이 거실로 향하자, 이번엔 '거실'이란 카메라가 화면을 클로즈업 하여 지히에게 보여주었다.

 

 

'이제 시작이군..'

 

 

지히는 다시 한번 어제 받은 의뢰를 복기했다.

 

 

"....고소하고 싶었지만... 곰변씨가 그러더라구요.. 돈만 낭비하고, 유죄 입증이 안된대요...

 

너무 미미한 일이고, 공연성은 설령 해당하더라도, 이걸 고소하면 제 여론만 나빠질거라고.......4주 후에 뵙자더라구요...

 

그래서 연락하게 되었어요. 반드시 해결해주실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여배우의 간절한 부탁...아니, 의뢰를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김지히. 소장날리기도 애매한 사건을 해결하는 정의의 집행자.

 

 

5시간 후,

 

 

이제 해가 저물고, 일할 시간이 왔다.

 

지히는 테이블에 펼쳐진 무기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K2소총, MP9 기관단총, 글록17...

 

그러나 그녀는, 어김없이 오늘도 돌망치를 쥐어들었다.

 

 

"손맛을 포기할 수는 없지."

 

 

상대는 그저 개념 없는 평범한 여성일뿐.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수월하겟지.

 

이어서 지히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얼굴이 그려진 서류봉투를 뒤집어 쓰고 초록 양말을 신으며 무장을 마무리했다.

 

 이미 CCTV로 침대에 누운 타겟을 확인한 지히는 미역의 집으로 향했다.

 

 170m가 마치 10km처럼 느껴졌다.

 

 5분 후, 조심스럽게 그녀의 집 대문의 도어락을 따고, 지히는 천천히 문을 당겨 열었다.

 

 침입 알람도 없었고, 살짝 본 내부는 어두움만 짙게 깔려 있었다.

 

지히는 자신의 몸을 밀어 넣으며 부드럽게 진입했다.

 

 

 '철썩'

 

 

갑자기 서늘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지히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젖은 돌미역 맛좀 볼래?"

 

 

놀랍게도, 미역이었다.

지히는 침착하고 빠르게 손을 내려 허벅지 주머니를 열었다.
 
 
그런데, 있어야 할 부두인형이 없었다.
 
 
'옥수에서 티타임 하다 두고 왔잖아!'
 
 
그제서야 당혹감이 지히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한 미역은 그녀의 목을 움켜쥔 젖은 미역에 더욱 힘을 가했다.
 
 
'으윽.. !'
 
 
괴로워하는 지히의 등 뒤에서 미역은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미역은...젖으면... 강해..넌...번지수 잘못 찾았어."
 
 
 
 승리를 직감한 미역은 비릿한 미소를 띄웠다.
 
 
'어서.. 방법을...으윽...찾아야...해...'
 
 
빠르게 주변을 살피던 지히의 눈에, 특이한 것이 들어왔다.
 
 
액화질소.
 
 
발은 닿을것 같았다.
 
생각이 끝나자 지히는 행동으로 옮겼다. 그대로 발을 뻗어 액화질소 통의 입구를 강하게 차자
 
뚜껑이 파괴되며 압축되었던 액화질소가 뿜어져 둘을 덮쳤다.
 
 
 
"으아악!!!!!"
 
 
지히의 목을 조이던 돌미역이 순식간에 얼어 붙으며 단단해졌고,
 
지히는 그틈에 미역을 부숴버리며 미역의 손에서 탈출했다.
 
 
 
"무슨짓이야! 죽으려고 미쳣나!"
 
 
 
경악한 미역이 외마디 소리를 질렀고, 그런 그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지히가 답했다.
 
 
 
 
"이게...라이덴프로스트효과야."
 
 
 
 
 

"쳇, 하필이면 저걸 여기다 둬서..."

 

동결건조미역을 실험하기위해 주문했던 액화질소를 귀찮아서 문앞에 둔것이 화근이었다.

 

서로의 실수가 하나씩 겹쳐서 동등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와 손에 화려한 둔기를 든 채 자세를 잡은 정체불명의 습격자는 금방이라도 미역을 덮칠것 같았다.

 

 

"암살자냐? 뭐하는 사람이냐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위해, 미역은 말을 걸었다. 확실한 것은 1대1 에서는 자신이 불리했다.

 

"나는 정의의 집행자.  변호사 토리파니다. 의뢰인, 원고의 대행자로써, 널 심판하러 왔다!"

 

"변호사?"

 

순간 미역의 머릿속에 한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먹힐진 모르겟지만...

 

 

"변호사라면, 나도 당장 수임하겠어! 비록 내 친동생이지만.... "

 

 

분명 동생에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어둠의 변호사라는 세상이 있다고... 만약 그 판타지 같은 말이 사실이라면......

 

반대로 지히 역시 예상치 못한 그녀의 외침에 침착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이 사건은 민사였다.상대도 변호사를 선임하는것이 맞다.

 

 이 세계에서는 피의자도 변호사를 선임하면 반드시 선임변호사와의 대결이 우선시된다.

 

고민을 마친 지히는 미역에게 말했다.

 

 

"...좋다. 피고의 변호사는 누구지?"

 

 

 먹혔다!

 

 미역은 살짝 놀랐지만, 티나지 않게 의연하게 행동했다.

 

 자연스럽게 주머니의 스마트폰으르 꺼내 들고, 미역은 어떤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미역의 동생, 미옐 변호사다."

 

그 순간, 천둥같은 소리와 함께 천장이 터지며, 작은 체구의 여성이 슈퍼히어로랜딩을 하며 떨어졌다.
 
 
"언니, 날 불렀어?"
 
 
 엄청난 반응속도와 기동력. 지히는 긴장감이 급격히 오르는것이 느껴졌다.
 
이 사람... 아니, 이 변호사 보통이 아니다.
 
 
 "예리야! ㅠㅠ 저 변호사가 때릴라궁해써! 가서 꿍야해줘!"
 
 
....갑자기 말투가 바뀐 미역이였다.
 
 미옐은 일어서서 지히의 눈을 정면으로 직시했다.
 
 
"내 이름은 미 예리. 이미 예리한 변호사죠. 지금부터, 제 언니를 피고로 만든것을 후회하게 만들어드리죠."
 
 
지히는 그녀의 단호한 말투에 손에 쥔 부강망치를 더욱 강하게 쥐었다.
 
 
"그 전에...."
 
 
미예리 변호사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언니를 바라보았다.
 
 
"수임료 900만원에 부가세 90만원. 990만원 입금해줘."
 
 
"응? 나 돈 없는데..."
 
 
"자본주의 사회잖아. 빨리 보내. 급한 수임이잖아?"
 
 
 
둘이 한눈을 판 찰나의 순간을,
 
지히는 놓치지 않았다.
 
 
오른팔을 뒤로 쭉 뺐다가, 그대로 위로 올려치며 미옐의 뒷통수와 목덜미 사이 경추를 노리며 돌망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미옐 변호사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미옐은 재빠르게 머리를 앞으로 숙이며, 뒤통수로 날아오는 부강망치 우레탄자루 중 자를 피해내고,

 

몸을 180도 비틀며 그 관성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 지히의 오른팔로 향했다.

 

 

'터ㅡ억'

 

 뻗어진 미옐의 오른팔이 지히의 왼팔로 막혔다.

 

 지히는 그대로 위로 향하던 망치의 궤적을 바꾸어 오른팔을 밖으로 돌리며, 미옐의 머리를 다시 노렸다.

 

 그 순간, 젖은 미역이 날아와 망치를 막아냈다.

 

 "미옐! 조심해! 이 년 장난 아니라고!"

 

 "칫, 언니 도움따윈 필요 없었어! 입금이나 빨리 해!!"

 

 

 젖은 미역에 막힌 둔탁한 망치에, 지히는 살짝 표정을 구겼다. 귀찮군.

 

  지히는 곧바로 오른 발을 들어 올려 정면에 갈겼다.

 

"악!!"

 

 생각대로 물컹한 타격감이 느껴지고, 미역이 외마디 소리를 내며 뒤로 나가떨어지며 벽에 등을 박고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대로 지히는 미옐의 눈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봐, 같은 변호사끼리 하는 말인데...수임료 안받았으면... 꺼져... "

 

 

"닥쳐, 치사하게 수임료 못받은 변호사 뒤통수를 노려?"

 

 미옐은 어금니를 깨물며 지히를 노려보았다.

 

 잠시간의 대치가 이어지고,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다음 수를 준비했다.

 

 이어지는 첫 공격은 지히였다.

 

오른발을 뒤로 뺐다가 반동을 이용해 미옐의 정강이를 노리고 뻗었다.

 

'퍼억-'

 

하지만 미옐의 정강이는 잘 단련되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지히는 살짝 놀랐다. 역시 이 변호사,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씨익 웃은 미옐은 지히의 눈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런 내용증명 하루이틀 받은줄 알아? 어디서......으윽!"

 

 

그 순간, 갑자기 미옐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지히가 그대로 미옐의 머리에 박치기를 날린 것이었다.그 바람에, 지히의 종이봉투가 훼손되었고,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박치기의 충격에 바닥에 넘어진 채, 지히를 올려다본 미옐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는...동부의.... 미친개, 토리파니잖아...대체 네가 왜 여기에..."

 

 

"나는...."

 

 

그러나, 지히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정신차린 미역이 자신의 돌미역을 지히의 얼굴을 향해 날렸고,

 

젖은 돌미역은 채찍이 되어 지희의 안면을 강타했다.

 

 엄청난 충격에,지희의 눈앞은 새하얘지고 의식을 잃기 시작했다.

 

'안돼...! 버텨야해....!!'

 

지히는 비틀거리며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했지만, 뇌진탕이 왔는지 그녀의 몸은 뇌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강제로 정신을 잃어가던 찰나, 그녀의 눈앞에 커다란 덩치를 가진 누군가가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넌 또 뭐야!!!"

 

 날카로운 미역의 외마디 외침이 들렸고, 그 뒤로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옆집 아저씨."

 

 

 그리고 지히의 정신은 어둠 속으로 물들며 기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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